가오슝을 여행하면서 창동 예술특구를 생각하다.
가오슝을 여행하면서 창동 예술특구를 생각하다.
가오슝을 여행 한다면 꼭 들려야하는 곳은 메이리다오(미려도)역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역 2위로 뽑히기도 한 이 곳은 홍선(red line)과 귤선(orange line)이 교차하는 역으로 원반형의 조형건물인 가오슝 유일한 환승 전철역이다. 역사는 일본인 건축사 다카마쓰신이 설계를 하였고, 역내부에 있는 공공예술작품 ‘빛의 돔’은 이탈리안 유리공예 예술가 나르시서스 괄리아타(narcissus quagliata)가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역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건축예술품 수준이었다. 이 역의 화려한 돔형 디지털 색상은 시간에 따라 분수처럼 바뀐다는 게 더욱 신기했다. 그동안 대만이라는 나라에 대해 너무 몰랐던 나의 무지를 일깨우는 순간이었다.
가오숑의 현대적 예술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은 보얼 예술특구였다. 철도와 구도심을 따라 핀 꽃들처럼 예술작품 들도 여기저기서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작품은 주로 폐허가 된 철도나 공장 주변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폐기물을 사용하여 정크아트(junk art)라는 새로운 예술의 거리로 탄생되어 곳곳에는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그곳들을 둘러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고장 마산 창동을 생각해 보았다. 옛 13번 부림동 도로나 임항선 길을 걷다보면 감동을 줄만한 꽃나무도, 예술작품 한 점도 보이지 않는다. 잿빛의 담벼락과 6-70년대 지어진 집들만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보얼 예술특구에는 일정한 시간이 되면 쓰레기 수거차 2대가 음악을 울리면서 다닌다. 그 소리를 들은 시민들은 나와서 직접 쓰레기를 분리하여 버린다. 불법투기쓰레기는 시가지에서 한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다. 오래된 건물도 많았지만 시민들의 질서가 느껴지는 도시였다.
옛 13번 부림동 도로는 개성있는 카페거리로, 일렬로 쭉 늘어선 임항선 길은 먹거리나 관광 상품을 팔 수 있도록 조성하여 문신미술관과 창동 예술촌을 아우르는 진정한 예술특구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도심재생 예술 건축가들이 투입되어 이 길을 예술적인 거리로 기획하고, 멀지않은 거리에 있는 부림시장과 어시장의 먹거리와 야시장, 부림 지하도는 움직이는 디지털아트의 환상적 지하도로 만들어 연결한다면 좋은 관광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 우리들의 시민의식까지 자리 잡는다면 머지않아 창동도 청결한 예술특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마산의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만큼 관광객을 유치하여 24시간 불야성을 이루던 80년대 창동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