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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 -27 자작나무숲

2015-12 -27 자작나무길

원대리 직접 가보지 않고 자작나무숲은 지상으로 보았는데도 감동이 전달되는 장소이다.

몇해전 강원도 인제에 스케치를 간적은 있었지만 실제 겨울의 자작나무 숲을 본적은없다.

누가 나보고 자작나무를 그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하얀겨울눈내리는  자작나무가 그리고 싶어졌다

푸른싱싱함이 아니라 외롭고 쓰라리게 고독한 나목을 그리고 싶다 인간의 마음을 달래준다.

슬픔의 미학 고고함의 미학을 가지 숲이다.

언젠가 한국화작가로 한번은 그려보고 싶었던 소재가 아니었던가?

그림을 그리는 순간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이

나에게로 들어와 차가운 숲속에 노니는 기분이 든다.

그림속 자작나무숲속을  걷고 있는 사람은 아들과 며느리이다.

아들딸 낳고 잘키우고

화목하고 꿋꿋하게 서울의 차겁고 화려한 숲을 헤치고 살아기기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시인고은의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광혜원 이월마을에서 칠현산 기슭에 이르기 전에

그만 나는 영문 모를 드넓은 자작나무 분지로 접어들었다.

누군가가 가라고 내 등을 떠밀었는지 나는 뒤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다만 눈발에 익숙한 먼 산에 대해서

아무런 상관도 없게 자작나무숲의 벗은 몸들이

이 세상을 정직하게 한다 그렇구나 겨울 나무들만이 타락을 모른다

 

슬픔에는 거짓이 없다 어찌 삶으로 울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

오래 오래 우리나라 여자야말로 울음이었다 스스로 달래어온 울음이었다

자작나무는 저희들끼리건만 찾아든 나까지 하나가 된다

누구나 다 여기 오지 못해도 여기에 온 것이나 다름없이

자작나무는 오지 못한 사람 하나하나와도 함께인 양 아름답다

 

나는 나무와 나뭇가지와 깊은 하늘 속의 우듬지의 떨림을 보며

나 자신에게도 세상에도 우쭐해서 나무짐 지게 무겁게 지고 싶었다

아니 이런 추운 곳의 적막으로 태어나는 눈엽이나

삼거리 술집의 삶은 고기처럼 순하고 싶었다

너무나 교조적인 삶이었으므로 미풍에 대해서도 사나웠으므로

 

얼마만이냐 이런 곳이야말로 우리에게 십여년 만에 강렬한 곳이다

강렬한 이 경건성! 이것은 나 한사람에게가 아니라

온 세상을 향해 말하는 것을 내 벅찬 가슴은 벌써 알고 있다

사람들도 자기가 모든 낱낱 중의 하나임을 깨달을 때가 온다

나는 어린 시절에 이미 늙어버렸다 여기 와서 나는 또 태어나야 한다

그래서 이제 나는 자작나무의 천부적인 겨울과 함께

깨물엉먹고 싶은 어여쁨에 들떠 남의 어린 외동으로 자라난다

 

나는 광혜원으로 내려가는 길을 등지고 삭풍의 칠현산 험한 길로 서슴없이

지향했다